진정한 업사이클링에 대한 생각을 아주 많이 합니다. 저는 제가하는 일에 꽤 진지하거든요. 대충 오리고 붙여서 업사이클링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내놓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기시히가 생각하는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란 원래의 자리를 꿰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을 보여주던가요.
또, 진정한 업사이클링을 생각하며 가장 골머리 앓는 쓰레기는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트에서 두부 한 모만 사도, 떡볶이 한 번만 시켜먹어도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 하니까요. 청바지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더 빠른 속도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이 너무 탐이 났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뿌듯할 수 있을것 같아서요. 이 열망은 21년 초, 플라스틱 방앗간을 알게되면서 더더욱 불타올랐습니다. 정말 이상적인 업사이클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하고싶었습니다. 하지만 3D도 못다루고, 기계도 없었죠. 그래서 제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협업해 가방 부자재를 생산했습니다. 왜 기시히는 폐플라스틱으로 가방에 들어가는 부자재를 생산했을까요?
1. 업사이클링 제품에 업사이클링 비율
폐소재를 얼마 이상 넣어야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요? 기시히는 가방제작에 사용되는 원단 100%를 청바지를 뜯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페트병으로 만든 안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강재는 아직 대체재가 없고 별 다른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아 새보강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닥보강재는 폐PE를 찾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꽤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폐소재 활용비율을 계속해서 늘리고 싶습니다. 기시히에서 먼저 이런 노력을 하고, 이걸 보는 환경친화적 소비자들도 업사이클링 상품을 좀 더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길 바랍니다. 소비자들이 바뀌면, 기업에서도 폐페트병 활용 원단 외의 대단한 업사이클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2. 원래의 자리를 꿰차는 업사이클링
기시히가 생각하는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란 원래 사용해야할 곳에 사용하는 것 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기시히는 기시히 로고모양의 지퍼머리를 생산해야했고, 이왕 만들거 폐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이왕 만드는 김에 가방만들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15mm D링과 30mm D링도 생산했고, 이왕 크로스백 개발하는 김에 무조건 들어갈 플라스틱 개고리와 조리개도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방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사용하는 부자재들 중 일부를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었습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80점은 되는 것 같습니다.
3. 기시히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누가 시중에 판매되는 가방 부자재들의 10배 ~ 30배가 넘는 돈을 주고 제작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기시히 입니다. 돈이 넘쳐나서는 아니고요. 나름의 신념도 있고, 의지도 있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수익성 보다는 일단 망할때까지는 해보고싶은거 다 해보자고 시작한것이 기시히이기 때문입니다.
부자재는 기시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류로 생산했습니다. 어떻게 사용했는지 궁금하시다면 기시히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가장 먼저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 공개에 앞서. 투명하게 가격 책정 계산 식을 알려드립니다. { [ (금형비/10,000) + (노플라스틱 선데이에서 생산하는 비용) + (폐플라스틱 재료비)] + 기시히 이익 30% } 폐플라스틱 재료비는 전액 서울환경연합에 기부됩니다. 금형비는 매우 비싸 10,000개를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10,000를 생산했다는 가정으로 계산했습니다.
부자재들이 비쌉니다. 가격을 보고 "이게뭐야?"라고 하셨을거라 짐작합니다. 편안함에 사용했던 일회용품 처리비용입니다. 페트병, 딸땐 아무생각 없으셨죠? 물론 저도 다를바 없습니다.
최근에 살안찌는 간식으로 탄산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폐페트병은 따로 수거해서 재활용이 잘 되기도하고, 라벨도 접착제 없이 뜯기만 하면 되고, 폐병뚜껑은 플라스틱방앗간에 따로 보내면 되잖아요? 꽤나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닥에 앉아서 페트병 4단 분리하며 재미도 느꼈습니다. 큰 지퍼백에 반 넘게 찬 병뚜껑을 보며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고요. "나는 이렇게 귀찮은 분리수거도 잘 하는 사람이야." 모든 것은 분리수거만으로 수많은 페트병을 딴 죄를 씻으려는 저의 망상이었습니다. 환경에 필요한 사람은 분리수거 잘 해서 병뚜껑 잘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분리수거 안하게 페트병음료 안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이것들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분류만 잘 하면 착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재사용하는데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갈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것이 현실이고요. 재사용하는 비용까지 알아야 플라스틱 무서운줄 알지 않을까요? 전 요즘 캔 음료만 마십니다. 아, 소주와 맥주같은 유리병음료도요. 이것들도 100% 재활용되지는 않는다지만, 플라스틱 보단 나을 것 같아요. 역시 인간은 돈으로 혼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