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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되돌아 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기시히에 쏟은 노력을 기록하지 않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긴 시간을 기록하려 합니다. 이 기록은 김승희의 노력이자 기시히의 성장과정 입니다.
2020년은 다시는 돌아가고싶지 않은 과거 입니다. 버는 돈이 없어 돈을 거의 쓰지 않음에도 점점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보며, 당장 보이지 않는 결과물을 위해 12시간 이상씩 쏟은 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본인이 참 안쓰럽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보이네요. 특히나 가을에 시작한 덕에 혹독한 추위를 버티며 일하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20년에 잘 버텨준 덕분에 지금의 기시히가 있습니다.
길게 보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요약
●9월 : 기시히 재시작 ● 10월 : 데이백 구상&펀딩. 기시히 로고 원형 개발 ● 11월 : 인스타그램 시작. 집에있던 재봉틀 작업실로 옮김. 컵홀더 개발&펀딩. ● 12월 : 기시히 홈페이지 제작 시작. 기시히 움직이는 로고 개발. 버킷백 만들기 시작.
20년 추석
기시히를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남편에게 기시히를 해야겠다고 말한 시점이다. 추석 택배 마감전에 번개장터에서 가정용 재봉틀을 중고로 한대 샀고, 추석연휴 하루전날 롯데마트에가서 조립식 책상을 하나 샀다. 커피머신 받침을 이때 개발했다.
20년 10월 6일
이 때 쓰던 사무실은 4면 중 2면이 창이었는데, 천장 높이가 230cm 창 높이가 160cm 였다. 남쪽창이 8m 서쪽 창이 4m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이 들어와 사무실이 너무 건조했다. 가습기로도 습도가 올라가지 않아서 바닥에 물을 그냥 뿌렸었다. 남향의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좋았지만, 창이 너무 커서 단열이 하나도 안되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서 샷시달린 사무실에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20년 10월 9일
아마 이때 쯔-음 데이백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어서 동대문에 원단 보러 올라갔다. 언제 산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산지는 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님 원단 스와치를 학생때 다니던 데님집에서 발견하고 한 롤을 주문하려고 했으나 원단 품절로 다시 원단을 찾아야하는 불상사 발생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20년 10월 13일
서문시장에 데이백 샘플 인터록을 맡기고, 생강청 담그겠다고 생강사서 서문시장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이때는 시간적 여유도 넘쳤고, 운동도 해서 건강했기 때문에 걸을 수 있었다.
20년 10월 19일
기시히 로고 원형 개발일로 추정. 보다시피 비율이 지금과 조금 다르며 기울어지지도 않았다. 정해진 색도 없는 상태.
20년 10월 22일
13년,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19년 무려 7년이나 마음에 드는 검정 코트가 없어 사지못했는데 마음에 드는 코트를 발견해 바로 구매했다. 옷을 산 것은 기시히의 작업으로써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나타날 때까지 옷을 사지 않음은 기시히의 방향성을 잡는데에 중요한 김승희의 성격으로 보기 때문에 이 사진을 넣었다.
또, 이전 사무실을 거의 식물원으로 꾸며놓았는데 식물들이 예쁘게 나왔기 때문에 이 사진을 넣었다.
* 마음에 드는 검정코트가 하도 없어서 잠깐입을 요량으로 한 벌 샀다가 중고로 판 경험이 있다.
20년 10월 25일
데이백 착용샷을 찍으러 나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모델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모델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는 동생을 촬영기사 삼아 나갔다. 모델이 평소에 사진을 안찍어 포즈를 못취하는 바람에 이날 찍은 사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20년 10월 29일 - 30일
여전히 머리를 굴려봐도 사진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나 아니면 남편 밖에 없었다. 29일은 과자사준다고 남편 꼬셔서 김천 이마트 앞과 이마트 안에서 촬영하고, 30일은 놀러가자고 꼬셔서 김천혁신도시에서 착용샷 촬영했다. 펀딩에 사용된 대부분의 사진은 이틀동안 김천에서 갤럭시 S10으로 촬영했다.
20년 11월 9일
이때쯔-음 부터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팔로워는 30명도 안되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데일리룩 #OOTD #출근룩 #무신사 #데님 #에코백 #출근가방 #대용량가방 #텀블벅펀딩 같은 태그를 사용하기 위해 착용샷을 찍긴했는데,실제로 20년 11월 9일에 이 사진에 이 태그를 걸었다. 전신거울에 돈을 투자해야할 가치를 못느껴서, 이케아에서 1만원쯤 주고 산 얇은 거울 두개를 붙여서 사용했다.
20년 11월 16일
집에 있던 재봉틀을 사무실로 옮겼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재봉틀을 옮기고 큰언니 집들이 갔다가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차를 다 마시고 일어나니 컵이 정말 깨끗했는데, 이 컵에 끼워진 종이 컵홀더 보고 컵홀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20년 11월 26일
1m자와 1.5m 자를 샀다. 그 전까지 60cm 자로 아둥바둥 작업했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작업해야한다.
20년 12월 5일
이때 쓰던 작업실은 낮에는 햇빛이 들어와서 따수운 반면, 밤만되면 엄청 추웠다. 창문사이에서 바람이 새서 굉장히 고생했는데, 늦게 출근하고 늦게퇴근해서 겨울에 더 고생을 많이 했다. 냉난방기가 없어 전체난방이 되지않아 작은 히터 앞에 가져다놓고 옷 두껍게 입고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다. 이때까지는 청바지 업사이클링이아니라, 데님을 사용해서 쓰레기를 진짜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패션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기 때문에 재봉틀만 끝났다하면 손이 파랬다.
20년 12월 7일
작업실 20평중에 기시히를 위한 작업공간은 딱 한평이었다. 이때는 심지어 다리미판 맞추기도 전이라서 집에서 쓰던 다이소에서 5,000원 주고 산 다리미판을 사용했다. 하도 오래쓰고 열을 계속 가하다보니 다리미판이 휘었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저걸 썼다. 아주 작고 소박하게.
20년 12월 8일
전신거울이 필요하다고 느껴 전신거울을 샀다.
20년 12월 10일
홈페이지를 제작하고자 식스샵이용권을 결제했다.
20년 12월 11일
컵홀더 120개 분량을 재단했다. 잘 잘리지도 않는 잠자리 가위로 저걸 다 잘랐다.
20년 12월 18일
드디어 다리미판을 맞춘다. 60cm X 100cm 사이즈의 OSB합판에 광목을 타카로 고정했다. 이 다리미판 맞추고 작업하기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행복했었다. 그리고 이날 밤, 컵홀더 제작을 완료하고 택배에 넣을 메세지도 출력해서 예쁘게 잘랐다.
20년 12월 13일
움직이는 로고를 만들고 싶은데, 외주를 줄 수는 없으니 직접 에프터이펙트를 배워서 제작했다. 이거 하나 만드는데 3일정도 꼬박 걸린 것 같다.
20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에게 보쉬 전동드라이버를 받았다. 다리미판에 쓸 합판을 재단할 때 함께 재단한 의자용 합판을 조립했다. 똑딱이로 탈부착이 가능한 소파를 만들고 싶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년 12월 26일
기시히 버킷백의 시작.